책 소개
◇ 백화점이나 시장 등에서 티셔츠를 고를 때 품질에 비해 가격이 괜찮으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당연히 안 사게 된다. 가격을 흥정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다른 상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상품을 팔려면 가격을 낮추거나 품질을 높여야 한다.
반면에 다른 상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거나 품질이 좋으면 상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그런 경우 가격을 높일 수 있다. 시장 경쟁이라는 압력에 의해 소비자는 같은 품질의 상품을 상대적으로가장 낮은 가격에 살 수 있고, 상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가격을 낮추라고 시위를 하거나 상점을 점거・농성할 수 없다.
◇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에게는, 노동의 가격인 임금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단체로 협상하고 협상이 잘 안 되면 파업 등의 노동쟁의를 통해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노동삼권이 보장되어 있는 덕분이다.
미용실 원장이 서비스에 비해 미용료가 낮다고 시위를 하거나, 동네 의원 원장이 서비스에 비해 의료비가 낮다고 공공장소를 점거하여 농성하는 것들은 금지되어 있다. 노동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인격을 가지고 있어 근로자에게 특별한 대우를 한다면 미용이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사나 의사도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하지 않는가? 더 나아가 기업가도 파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자 박기성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시카고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2008년 제9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을 지냈으며, 한국경제학회 청람학술상(1998)을 수상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 례
머리말
I. 자유주의야말로 가장 진보적이다
1. 시장은 간섭을 싫어한다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병들고 있다
지양되어야 할 ‘기업 민주화’
‘자유의 투사’가 탄생하려면
2. 자유주의와의 만남
자발성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민주 우파와 시장 우파
민주주의의 독배 포퓰리즘
민주주의보다 자유주의
3. 인간성과 시장경제
인간, 효용을 극대화하는 존재
시장경제
Ⅱ. 자유로운 노동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1.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원칙
노동개혁은 노동조합의 순기능 찾기
임금피크제와 일반 해고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법으로 바꿔야
노융(勞融)시장의 발전
파업 중 대체 근로 인정과 직장 점거 파업 금지
제조 업무 등 파견 근로 자유화
초과 근로 인정 대상에서 사무직을 제외해야
2. 노동개혁의 첫 단추는 노사정위원회 폐지
배격해야 할 사회적 합의주의
도덕적 설득의 한계
노동개혁의 방법
3. 노동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성장률
4. 노동삼권
노동, 독점 공급이 인정되는 유일한 상품
다른 나라에서의 노동삼권
노동조합의 폐해
5. 근로기준법과 전태일
근로기준법
전태일의 주장
비현실적인 근로기준법
시장의 힘: 월급 2만3,000원
Ⅲ. 가난 구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1.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경제성장 효과
최저임금, ‘인상’보다 ‘준수’ 급선무
최저임금의 고용 감소 효과
최저임금의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
중소 영세 상공인들이 지는 최저임금의 부담
2.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정책
저소득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 및 자녀장려금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의 평가
안심소득제의 효과 및 비용
안심소득제와 기본소득제
Ⅳ. 문제를 바로 봐야 해결책이 보인다
1.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사회적 비용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사회적 비용
외부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
관련 업계의 성장 가능성
파견과 용역
2. 통상 임금 범위 확대의 사회적 비용
통상 임금과 사회적 비용
통상 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 및 노동비용 변화
통상 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국내총생산의 손실
3. 소득 격차는 커지고 있는가?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
소득 격차를 알아보는 지표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줄고 있다
집단별 소득 격차
4. 규제개혁과 공공부문 축소
5. 일자리 정부라고?
그러나 일자리는 줄었다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교훈
1.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기적
박정희 정책이 옳았음을 입증한 루카스 교수
한국이 산업 정책에서 성공한 이유
시대에 맞지 않는 유산은 빨리 버려야
2. 레이건 대통령과 노동조합
항공관제사 노조의 파업과 대응
진정한 친노조주의자
3. 대처 총리의 노동개혁
1984~85년 영국 광부 노조의 파업
대처 총리에게서 얻는 교훈
4. 트럼프 경제 정책의 기조
트럼프 당선 예측
자유 무역
작은정부
Ⅵ. 자유의 경제학
1. 인간 행위의 경제학적 접근
중독의 경제학과 금주령
이타심과 가족
비교우위와 결혼
사법적 보수주의
2.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
시카고 학파의 특징
시카고 학파의 형성
음소득세와 복지
차별의 경제학적 분석
자유 재량보다는 원칙
초지일관으로 관철한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다”
3. 뮤지컬 ‘해밀턴’과 린-마누엘 미란다
뮤지컬 ‘해밀턴’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
린-마누엘 미란다와 뮤지컬 해밀턴
혁신적 뮤지컬
미주모음
참고문헌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추억
이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 필자는 현역 언론인 시절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중남미를 여러 차례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남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과테말라 등등을 여러 차례 취재했다. 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도 인터뷰했고, 중남미 국가의 국회의장 등 실력자들도 많이 만났다.
가장 흥미로웠던 나라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였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장자유의 원칙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칠레였다. 알고 보니 칠레의 철권통치자 피노체트 장군이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라 불리는 시카고대학 경제학자들을 대거 초빙하여 이 나라 경제정책의 근간을 뜯어고쳤다. 그 결과 중남미에서는 가장 탄탄한 중산층이 형성되어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1996년, 칠레 취재를 마치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루프트한자 항공편으로 안데스의 만년설을 넘어 도착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참으로 흥미진진한 나라였다. 1920~30년대, 전 세계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와 살육의 광풍에 휩쓸렸을 때 아르헨티나는 그 나라들에 식량과 고기, 물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 시절 유럽 이민객들은 북미의 미국, 남미의 아르헨티나 중 어느 곳을 택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었던 나라였다.
부와 사치의 기운이 곳곳에 남아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취,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땅고(탱고)의 마력….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곳엔 뮤지컬 영화 ‘에비타’의 촬영을 위해 세계적인 팝 가수 마돈나와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세계적인 거장 알란 파커 감독이 현지 로케를 진행하고 있었다.
영화 ‘에비타’의 촬영 덕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언론들은 연일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에바 페론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좌파적 언론은 에바 페론을 ‘성녀(聖女)’니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의 천사’라고 추앙한 반면, 우파적 언론들은 ‘아르헨티나를 말아먹은 화냥년’이라고 비판을 해댔다.
로케가 진행되는 현장에는 연일 ‘성녀파’와 ‘화냥년파’ 시위대가 집결하여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면서 데모를 하는 등 떠들썩한 논쟁이 벌어졌다. 우편물을 부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복판의 우체국을 가 보았는데, 직원들이 바글거렸다. 알고 보니 고용창출을 위해 계속 공무원을 늘이고 해고를 하지 않다 보니 그야말로 공무원 천국, 노동자 천국이 된 것이다.
바로 그러한 노조친화정책의 핵심 인사가 에바 페론이었으니, 그를 둘러싼 일대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노동자 천국이 지구 반대편 남미 국가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바로 대한민국에 노동자들의 천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르크스 레닌이 그토록 원했던 이상향이 우랄 공업지대의 중심인 예카테린부르그나 북한, 쿠바 같은 공산국가가 아니라 한국의 포항과 울산, 여천과 당진 등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나라 국민만 잘 모르고 있다.
이 땅에 보수주의는 없다
사는 없고, 공이 우선하는 시스템이 수천 년 이어져 왔으니 이 나라에선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앞선다는 생각이 4,400년 동안 이어진 우리 역사에서 뼛속 깊이 뿌리내려 왔다. 이런 사회에서 집단이나 국가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우파야말로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다. 그러므로 진보라는 용어는 오히려 우파에게 어울린다고 저자는 주장한다(23쪽).
미국의 보수주의(conservatism)란 건국 초기부터 헌법 등에서 우선시되어 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유지·보전한다(conserve)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시된 적이 별로 없었다. 한민족 역사에서 개인의 근본적 자유가 존재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요즘 흔히 보수주의자라고 일컫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양동안 교수의 표현을 빌면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일 뿐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나라에서 언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왕조나 시대가 존재하기나 했던가.
저자 박기성은 경제 활동에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시장 우파’는 우리나라에서 극소수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우파는 정치 체제로서의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 우파’다. 즉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북한에 반대하는 ‘민주 우파’이면서 시장보다는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나 퍼주기 식의 온정적 정책에 기대는 ‘반시장 좌파’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시하는 ‘민주 우파’이면서 동시에 ‘시장 우파’인 국민이라고 저자는 외친다(25~26쪽).
정치적·경제적·종교적·문화적 자유 중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자유는 무엇인가? 경제적 자유 즉 재산권의 보호와 행사의 자유다. 하이에크는 “소유가 없는 곳에는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적 자유는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라기보다는 경제적·종교적·문화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자유다.
하이에크에 의하면, 기존 공산주의, 사회주의 정당들이 산업 노동자 계급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전략을 통해 이들의 지지를 받은 데 비해, 여기서 소외된 계급, 즉 노동조합 밖의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전문가들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했던 것이 나치즘(nszism)과 파시즘(fascism)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은 비노조 사회주의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국가사회주의(나치즘, 파시즘)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가 우선시되는 전체주의이기 때문에 좌파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하이에크는 진보주의자들(progressives)이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서로 정반대의 양극을 대표한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 공산주의는 초파시즘(super fascism)이라고 지적했다. 즉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주장이다.
민주는 있고, 자유는 없는 나라
저자는 한국 사회를 휩쓴 마법의 단어인 ‘민주화’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프랑스혁명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자유’를 담아내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늘 자유는 어디론가 실종되고 민주주의, 민주화가 지고의 선(善)으로 사회를 휩쓸었다. 하지만 인류사에서 최우선의 목표는 자유와 인권이다. 우리가 열심히 민주화를 외치는 사에, 한국 사회에서 자유와 인권은 어디론가 실종되었다고 저자는 한탄한다(29쪽). 이것이 민주화가 광장의 촛불로 이어져 체제를 변혁시키는 원동력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실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유가 뭔지, 인권이 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공부가 없었고 개념 정리도 없었다. 그저 ‘민주주의가 최고’라고만 외쳐 왔다. 민주주의만을 끝까지 주장하고 그 길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인민민주주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인민민주주의란 한 마디로 대중에 의한, 인민에 의한 독재다. 소수가 희생당하고, 개인이 말살당하며, 그게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인민 독재가 된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존중없이 민주주의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그 귀결점은 인민민주주의 북한 아니면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성찰한다(30쪽).
현대의 경제 체제를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자본주의란 자본의 생산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다. 토지 등 자본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자본주의는 자본에 대한 보상만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과거에 비해 시장의 영역과 역할이 크게 확대되었으므로 ‘시장경제’가 현대의 경제 체제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용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34쪽).
이러한 자유주의적 논리와 철학적 바탕 위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망해 보면 모든 것이 잘못되고, 뒤틀리고, 공공 우선 정책으로 찌들어 실패의 길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약 계층의 소득을 높여 소득 격차를 완화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취지에서 열과 성을 다해 밀어붙이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실상은 얼마나 허망한 ‘소득저하 퇴보’인지를 그는 경제학자답게 수치로 증명해내고 있다.
이 책의 한 대목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부분을 보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1%나 인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2019년 2/4분기의 소득을 2년 전과 비교해보면, 하위 20%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12.6% 감소한 반면 상위 20% 소득은 7.1% 증가했다. 또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비율)이 5.30으로 2년 전에 비해 0.57이나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년 전에 비해 소득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결론을 그는 복잡한 수식을 통해 정확하게 진단해 냈다(14쪽).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저자 박기성은 “모든 국민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면서 국민 개개인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하여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개인과 기업에게 자유와 선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22쪽).
저자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순기능 찾기라고 말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로운 구직・구인을 방해하는 것이 노동공급을 독점하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의 과도한 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는 고용 조정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노동조합의 압력과 노동법에 의해 이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때문에 임금은 어쩔 수 없이 생산성을 초과하게 되고, 자원 배분의 공정성 및 효율성이 훼손된다.
저자는 근로기준법은 최소한의 기준만을 남기고 근로계약과 관련된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 제공과 사용이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야 노동부문이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근로계약에 의하면 고용 형태 및 근로 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므로 비정규직이라서 차별받는 일은 생길 수 없다. 기간제 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각종 보호법은 있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근로계약법의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근로계약에 의하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모든 노동 관련 의제가 다 허용된다. 일반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통상 임금 범위, 근로 시간 단축,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파견직종 확대, 직무 성과급 중심의 임금 체계, 임금피크제, 다양한 퇴직 급여 등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41~42쪽).
눈을 들어보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란다. 자동화 기계와 인공지능(AI)의 결합에 의한 자동화 시스템, 인간의 뇌보다 수억 배, 수조 배 능력이 뛰어난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자동화 기계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24시간 풀가동이 상시 가능하며, 휴가나 결근 따위, 인건비도, 노동쟁의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품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 결과 선진국이 개발하고 인건비 저렴한 개도국이 생산을 담당하는 글로벌 분업 구조는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의 고도화로 인해 조만간 인간의 일자리 중 고도의 전문지식과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의사·약사·판사·변호사 같은 직업군조차 인공지능에게 밀려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할 것 없이 ‘직업 없는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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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백화점이나 시장 등에서 티셔츠를 고를 때 품질에 비해 가격이 괜찮으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당연히 안 사게 된다. 가격을 흥정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다른 상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상품을 팔려면 가격을 낮추거나 품질을 높여야 한다.
반면에 다른 상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거나 품질이 좋으면 상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그런 경우 가격을 높일 수 있다. 시장 경쟁이라는 압력에 의해 소비자는 같은 품질의 상품을 상대적으로가장 낮은 가격에 살 수 있고, 상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가격을 낮추라고 시위를 하거나 상점을 점거・농성할 수 없다.
◇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에게는, 노동의 가격인 임금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단체로 협상하고 협상이 잘 안 되면 파업 등의 노동쟁의를 통해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노동삼권이 보장되어 있는 덕분이다.
미용실 원장이 서비스에 비해 미용료가 낮다고 시위를 하거나, 동네 의원 원장이 서비스에 비해 의료비가 낮다고 공공장소를 점거하여 농성하는 것들은 금지되어 있다. 노동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인격을 가지고 있어 근로자에게 특별한 대우를 한다면 미용이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사나 의사도 동일한 대우를 해야 하지 않는가? 더 나아가 기업가도 파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자 박기성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시카고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2008년 제9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을 지냈으며, 한국경제학회 청람학술상(1998)을 수상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 례
머리말
I. 자유주의야말로 가장 진보적이다
1. 시장은 간섭을 싫어한다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병들고 있다
지양되어야 할 ‘기업 민주화’
‘자유의 투사’가 탄생하려면
2. 자유주의와의 만남
자발성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민주 우파와 시장 우파
민주주의의 독배 포퓰리즘
민주주의보다 자유주의
3. 인간성과 시장경제
인간, 효용을 극대화하는 존재
시장경제
Ⅱ. 자유로운 노동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1.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원칙
노동개혁은 노동조합의 순기능 찾기
임금피크제와 일반 해고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법으로 바꿔야
노융(勞融)시장의 발전
파업 중 대체 근로 인정과 직장 점거 파업 금지
제조 업무 등 파견 근로 자유화
초과 근로 인정 대상에서 사무직을 제외해야
2. 노동개혁의 첫 단추는 노사정위원회 폐지
배격해야 할 사회적 합의주의
도덕적 설득의 한계
노동개혁의 방법
3. 노동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성장률
4. 노동삼권
노동, 독점 공급이 인정되는 유일한 상품
다른 나라에서의 노동삼권
노동조합의 폐해
5. 근로기준법과 전태일
근로기준법
전태일의 주장
비현실적인 근로기준법
시장의 힘: 월급 2만3,000원
Ⅲ. 가난 구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1.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및 경제성장 효과
최저임금, ‘인상’보다 ‘준수’ 급선무
최저임금의 고용 감소 효과
최저임금의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
중소 영세 상공인들이 지는 최저임금의 부담
2.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정책
저소득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 및 자녀장려금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의 평가
안심소득제의 효과 및 비용
안심소득제와 기본소득제
Ⅳ. 문제를 바로 봐야 해결책이 보인다
1.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사회적 비용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사회적 비용
외부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
관련 업계의 성장 가능성
파견과 용역
2. 통상 임금 범위 확대의 사회적 비용
통상 임금과 사회적 비용
통상 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 및 노동비용 변화
통상 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국내총생산의 손실
3. 소득 격차는 커지고 있는가?
노동소득분배율의 상승
소득 격차를 알아보는 지표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줄고 있다
집단별 소득 격차
4. 규제개혁과 공공부문 축소
5. 일자리 정부라고?
그러나 일자리는 줄었다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교훈
1.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기적
박정희 정책이 옳았음을 입증한 루카스 교수
한국이 산업 정책에서 성공한 이유
시대에 맞지 않는 유산은 빨리 버려야
2. 레이건 대통령과 노동조합
항공관제사 노조의 파업과 대응
진정한 친노조주의자
3. 대처 총리의 노동개혁
1984~85년 영국 광부 노조의 파업
대처 총리에게서 얻는 교훈
4. 트럼프 경제 정책의 기조
트럼프 당선 예측
자유 무역
작은정부
Ⅵ. 자유의 경제학
1. 인간 행위의 경제학적 접근
중독의 경제학과 금주령
이타심과 가족
비교우위와 결혼
사법적 보수주의
2.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
시카고 학파의 특징
시카고 학파의 형성
음소득세와 복지
차별의 경제학적 분석
자유 재량보다는 원칙
초지일관으로 관철한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다”
3. 뮤지컬 ‘해밀턴’과 린-마누엘 미란다
뮤지컬 ‘해밀턴’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
린-마누엘 미란다와 뮤지컬 해밀턴
혁신적 뮤지컬
미주모음
참고문헌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추억
이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 필자는 현역 언론인 시절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중남미를 여러 차례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남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과테말라 등등을 여러 차례 취재했다. 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도 인터뷰했고, 중남미 국가의 국회의장 등 실력자들도 많이 만났다.
가장 흥미로웠던 나라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였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장자유의 원칙을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칠레였다. 알고 보니 칠레의 철권통치자 피노체트 장군이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라 불리는 시카고대학 경제학자들을 대거 초빙하여 이 나라 경제정책의 근간을 뜯어고쳤다. 그 결과 중남미에서는 가장 탄탄한 중산층이 형성되어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1996년, 칠레 취재를 마치고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루프트한자 항공편으로 안데스의 만년설을 넘어 도착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참으로 흥미진진한 나라였다. 1920~30년대, 전 세계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와 살육의 광풍에 휩쓸렸을 때 아르헨티나는 그 나라들에 식량과 고기, 물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 시절 유럽 이민객들은 북미의 미국, 남미의 아르헨티나 중 어느 곳을 택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동경의 대상이었던 나라였다.
부와 사치의 기운이 곳곳에 남아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취,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땅고(탱고)의 마력….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곳엔 뮤지컬 영화 ‘에비타’의 촬영을 위해 세계적인 팝 가수 마돈나와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세계적인 거장 알란 파커 감독이 현지 로케를 진행하고 있었다.
영화 ‘에비타’의 촬영 덕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언론들은 연일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에바 페론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좌파적 언론은 에바 페론을 ‘성녀(聖女)’니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의 천사’라고 추앙한 반면, 우파적 언론들은 ‘아르헨티나를 말아먹은 화냥년’이라고 비판을 해댔다.
로케가 진행되는 현장에는 연일 ‘성녀파’와 ‘화냥년파’ 시위대가 집결하여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면서 데모를 하는 등 떠들썩한 논쟁이 벌어졌다. 우편물을 부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복판의 우체국을 가 보았는데, 직원들이 바글거렸다. 알고 보니 고용창출을 위해 계속 공무원을 늘이고 해고를 하지 않다 보니 그야말로 공무원 천국, 노동자 천국이 된 것이다.
바로 그러한 노조친화정책의 핵심 인사가 에바 페론이었으니, 그를 둘러싼 일대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노동자 천국이 지구 반대편 남미 국가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바로 대한민국에 노동자들의 천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르크스 레닌이 그토록 원했던 이상향이 우랄 공업지대의 중심인 예카테린부르그나 북한, 쿠바 같은 공산국가가 아니라 한국의 포항과 울산, 여천과 당진 등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나라 국민만 잘 모르고 있다.
이 땅에 보수주의는 없다
사는 없고, 공이 우선하는 시스템이 수천 년 이어져 왔으니 이 나라에선 개인의 자유나 권리보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앞선다는 생각이 4,400년 동안 이어진 우리 역사에서 뼛속 깊이 뿌리내려 왔다. 이런 사회에서 집단이나 국가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우파야말로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다. 그러므로 진보라는 용어는 오히려 우파에게 어울린다고 저자는 주장한다(23쪽).
미국의 보수주의(conservatism)란 건국 초기부터 헌법 등에서 우선시되어 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유지·보전한다(conserve)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시된 적이 별로 없었다. 한민족 역사에서 개인의 근본적 자유가 존재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요즘 흔히 보수주의자라고 일컫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양동안 교수의 표현을 빌면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일 뿐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나라에서 언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왕조나 시대가 존재하기나 했던가.
저자 박기성은 경제 활동에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시장 우파’는 우리나라에서 극소수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우파는 정치 체제로서의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 우파’다. 즉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북한에 반대하는 ‘민주 우파’이면서 시장보다는 정부의 각종 보조금이나 퍼주기 식의 온정적 정책에 기대는 ‘반시장 좌파’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시하는 ‘민주 우파’이면서 동시에 ‘시장 우파’인 국민이라고 저자는 외친다(25~26쪽).
정치적·경제적·종교적·문화적 자유 중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자유는 무엇인가? 경제적 자유 즉 재산권의 보호와 행사의 자유다. 하이에크는 “소유가 없는 곳에는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적 자유는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라기보다는 경제적·종교적·문화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자유다.
하이에크에 의하면, 기존 공산주의, 사회주의 정당들이 산업 노동자 계급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전략을 통해 이들의 지지를 받은 데 비해, 여기서 소외된 계급, 즉 노동조합 밖의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전문가들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했던 것이 나치즘(nszism)과 파시즘(fascism)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은 비노조 사회주의다.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국가사회주의(나치즘, 파시즘)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가 우선시되는 전체주의이기 때문에 좌파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하이에크는 진보주의자들(progressives)이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서로 정반대의 양극을 대표한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만, 공산주의는 초파시즘(super fascism)이라고 지적했다. 즉 둘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주장이다.
민주는 있고, 자유는 없는 나라
저자는 한국 사회를 휩쓴 마법의 단어인 ‘민주화’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프랑스혁명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자유’를 담아내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늘 자유는 어디론가 실종되고 민주주의, 민주화가 지고의 선(善)으로 사회를 휩쓸었다. 하지만 인류사에서 최우선의 목표는 자유와 인권이다. 우리가 열심히 민주화를 외치는 사에, 한국 사회에서 자유와 인권은 어디론가 실종되었다고 저자는 한탄한다(29쪽). 이것이 민주화가 광장의 촛불로 이어져 체제를 변혁시키는 원동력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실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유가 뭔지, 인권이 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공부가 없었고 개념 정리도 없었다. 그저 ‘민주주의가 최고’라고만 외쳐 왔다. 민주주의만을 끝까지 주장하고 그 길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인민민주주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인민민주주의란 한 마디로 대중에 의한, 인민에 의한 독재다. 소수가 희생당하고, 개인이 말살당하며, 그게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인민 독재가 된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존중없이 민주주의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그 귀결점은 인민민주주의 북한 아니면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성찰한다(30쪽).
현대의 경제 체제를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자본주의란 자본의 생산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다. 토지 등 자본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자본주의는 자본에 대한 보상만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과거에 비해 시장의 영역과 역할이 크게 확대되었으므로 ‘시장경제’가 현대의 경제 체제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용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34쪽).
이러한 자유주의적 논리와 철학적 바탕 위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망해 보면 모든 것이 잘못되고, 뒤틀리고, 공공 우선 정책으로 찌들어 실패의 길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약 계층의 소득을 높여 소득 격차를 완화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취지에서 열과 성을 다해 밀어붙이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실상은 얼마나 허망한 ‘소득저하 퇴보’인지를 그는 경제학자답게 수치로 증명해내고 있다.
이 책의 한 대목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부분을 보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1%나 인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2019년 2/4분기의 소득을 2년 전과 비교해보면, 하위 20%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12.6% 감소한 반면 상위 20% 소득은 7.1% 증가했다. 또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의 비율)이 5.30으로 2년 전에 비해 0.57이나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년 전에 비해 소득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결론을 그는 복잡한 수식을 통해 정확하게 진단해 냈다(14쪽).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저자 박기성은 “모든 국민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면서 국민 개개인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하여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개인과 기업에게 자유와 선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22쪽).
저자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순기능 찾기라고 말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로운 구직・구인을 방해하는 것이 노동공급을 독점하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의 과도한 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는 고용 조정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노동조합의 압력과 노동법에 의해 이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때문에 임금은 어쩔 수 없이 생산성을 초과하게 되고, 자원 배분의 공정성 및 효율성이 훼손된다.
저자는 근로기준법은 최소한의 기준만을 남기고 근로계약과 관련된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 제공과 사용이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야 노동부문이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근로계약에 의하면 고용 형태 및 근로 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므로 비정규직이라서 차별받는 일은 생길 수 없다. 기간제 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각종 보호법은 있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근로계약법의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근로계약에 의하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모든 노동 관련 의제가 다 허용된다. 일반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통상 임금 범위, 근로 시간 단축,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파견직종 확대, 직무 성과급 중심의 임금 체계, 임금피크제, 다양한 퇴직 급여 등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41~42쪽).
눈을 들어보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란다. 자동화 기계와 인공지능(AI)의 결합에 의한 자동화 시스템, 인간의 뇌보다 수억 배, 수조 배 능력이 뛰어난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자동화 기계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24시간 풀가동이 상시 가능하며, 휴가나 결근 따위, 인건비도, 노동쟁의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품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아진다. 그 결과 선진국이 개발하고 인건비 저렴한 개도국이 생산을 담당하는 글로벌 분업 구조는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의 고도화로 인해 조만간 인간의 일자리 중 고도의 전문지식과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의사·약사·판사·변호사 같은 직업군조차 인공지능에게 밀려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할 것 없이 ‘직업 없는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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